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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대한 기록/동네 13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의 추억

강동에서 자라다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대방동에 살게 되었다. 이곳에 있을 때 나는 평생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을 연달아 경험하여 정신적으로 무척 피폐해져 있었다. 시쳇말로 내 삶에 그림자가 가장 짙게 드리웠었던 시기였다. 사실 내가 그동안 살았던 삶과 다른 경로로 접어드는 것 같은 기분에 무척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런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건 내가 빨리 안정된 직장을 잡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며 갓 태어난 아이들과 아내를 돌보고, 집안 일을 하고, 돈을 벌러 나가는 일을 몇년 간 하며 견뎌야했다. 대방동에서는 항상 잠이 부족한채로 다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이를 아기띠에 넣고, 유모차를 밀고 동네를 산책하고 다녔다. 개인적으로는 몸과 마음이 무척 힘..

해질녘 세종보

세종에 내려와서 가장 만족하는 것은 내 삶에서 자연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조금만 움직이면 도시의 모습이 사라지고 자연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대도시를 벗어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이동해야 했던 서울생활에 비해 세종생활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어느날 당근에서 카메라 렌즈를 사들고 집에 오는 길, 금강의 해질녘이 아름다워서 무작정 다리 위에 올라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물이 흐르는 세종보, 모래톱 위의 새와 식물들, 물 속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까지 모두 노을 빛으로 물들어 있다.

보라매 공원의 고양이들 (고양이 급식소) 1

보라매 공원에서 우리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생겼다. 보라매 공원에는 고양이 급식소들이 있는데, 아마 이 급식소 주변에서 서식하는 고양이들이 5-6마리 있는 것 같다. 이 고양이들 중에는 보통 길고양이처럼 사람을 피하는 시크한 녀석들도 있지만, 사람을 무척 잘 따르는 순한 녀석도 있다. 원래 항상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 날은 낮이어서 그랬는지 나 혼자 고양이 급식소 옆 잔디밭으로 갔다. 가장 애교 있는 노란 고양이가 나를 반기며 몸을 비벼댄다. 물러서고 따라오고를 한참하다, 녀석이 잔디밭에 앉았다. 몸을 만져주자 뒹굴뒹굴하며 본격적으로 놀자고 한다. 간만에 어린 애가 된 듯 고양이랑 한참을 놀았다. 요즘 마음의 부담이 컸는데 무언가 위로가 되어 준 것 같은 기분이다. 가끔은 말 없는 교감이 필요..

그림 같은 보라매 공원의 오후

강의를 마치고 보라매 병원을 들린 후 공원을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이다. 호수의 잉어들에게 먹이를 주니 오리들이 와서 연신 잉어들의 먹이를 낚아 챈다.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니 오리들이 저 멀리 떠다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장미 정원의 꽃들은 너무도 화사하게 피어올랐다. 이런 아름다운 피사체들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게 아쉽기만 하다. 꽃들에 둘러 쌓여 연신 셔터를 눌러대다, 놀이터 옆에 있는 향기원을 거닐며 허브들을 구경했다. 다들 향기를 머금고 있는 모습에 자꾸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앞선다. 그러다 만난 팍스글러브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되었다. 길게 뻗은 가지에 종모양의 꽃들이 연이어 펴있는 모습이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햇살에 비친 전체적인 모습도 참으로 설레는 모습이다...

봄과 함께 찾아온 산수유 꽃

봄과 함께 찾아온 산수유 꽃을 바라보니, 봄은 나에게 참 여러가지 의미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즐기자는 마음에 하루하루가 즐겁기는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봄과 함께 찾아오는 지난 날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햇빛을 많이 쐬고 다니니 우울증에 걸리지는 않을 게 확실하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뱃 속의 아이가 잠이 들었다. 아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펜탁스 카메라에 탐론 90mm 매크로의 성능이 꽤나 괜찮은지, 색감이 참 아름답게 나왔다. 정말 봄이다. 아름다운 봄이다.

가을, 뒷동산

어느 순간 인생을 뒤돌아보면 서운하고, 불쾌하고, 화나고, 억울한 일로 가득차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날 뒤돌아보면 기쁨과 감사와 행운이 가득차 보이기도 한다. 사진을 찍으면서 좋은 것은 내 인생을 균형되게 기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진을 찍으러 다니던 여유와 피사체를 발견한 기쁨을 다시 맛볼 수 있다는 것, 뭐 그런 게 아닐까. 지난 가을에 뒷동산에 올라 찍은 사진들을 보니 상쾌한 기분이 든다. 뾰족뾰족 밤톨. 덜 익은 도토리. 반쯤 익은 도토리. 거의 익은 도토리. 완전 익은 도토리 나무의 이끼. 예전에는 이끼가 참 싫었는데, 사진에 담기는 이끼는 색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사진을 찍으면서 참 좋은 건 일상의 작은 것들도 유심히 보고 감탄하게 된다는 것. 야생화. 화려하지도 않아도 피..

동작구 대방동 내 맘대로 맛집

대방동에 처음 정착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쾌적하고 한적한 동네에 살다가 결혼하고 북적북적한 곳에 살다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이제는 대방동에 적응이 된 것 같다. 이제 부인과 아이와의 추억이 쌓여서 떠나면 아쉬운 곳이 되지 않을까? 오늘은 대방동의 추억을 기억하고자 대방동에서 내가 좋아하는 집들을 코스로 산책을 했다. 맛도 맛이지만, 추억이 많은 집들이라 내가 좋아하는 집들이다. 대성관 화교분이 수십년째 운영하시는 곳으로, 홀에 앉아 있으면 중국말이 많이 들려 신기한 곳이다. 사장님은 꽤나 유쾌하시고 성실하시다. 이 집은 겉에 칠해진 페인트를 보는 순간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굴짬뽕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사장님은 항상 다음에 오면 굴을 더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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