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기록/동네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의 추억

꿈꾸는 사람 2021. 5. 1. 00:30

강동에서 자라다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대방동에 살게 되었다. 이곳에 있을 때 나는 평생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을 연달아 경험하여 정신적으로 무척 피폐해져 있었다. 시쳇말로 내 삶에 그림자가 가장 짙게 드리웠었던 시기였다. 사실 내가 그동안 살았던 삶과 다른 경로로 접어드는 것 같은 기분에 무척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런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건 내가 빨리 안정된 직장을 잡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며 갓 태어난 아이들과 아내를 돌보고, 집안 일을 하고, 돈을 벌러 나가는 일을 몇년 간 하며 견뎌야했다. 대방동에서는 항상 잠이 부족한채로 다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이를 아기띠에 넣고, 유모차를 밀고 동네를 산책하고 다녔다. 개인적으로는 몸과 마음이 무척 힘들었던 시기이지만 그것으로 모든 기억을 표현하기는 어렵다. 

 

나에게는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들이 있었다. 대방동의 길들은 내가 우리 아이와 산책을 한 길이다.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고 아이가 웃고 세상을 신기해하는 모습보았던 길이다. 아이가 내 가슴에 기대어 잠을 자거나 유모차에서 잠이 든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벅차 올라서 내가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덕분에 힘을 많이 냈다. 그 시기 항상 바빴던 나였기에, 아이를 산책시키는 길이 아니었다면 난 그 길 위에서 새 소리와 바람소리를 듣고, 푸르른 나무들이 내뿜는 향기를 맡고, 햇빛이 비출 때의 포근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산책하며 망중한을 즐겼던 것은 아직도 나에게는 큰 기쁨이다. 

 

 

 

대방동 노량진 근린공원에서 용마산 산책로로 진입할 수 있는 견우와 직녀교

 

 

 

남도학숙 맞은 편에 위치한 노량진 근린공원의 인공폭포

 

 

 

견우와 직녀교의 바람개비와 풀꽃들

 

 

세상에는 기쁨으로만 가득찬 행복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한 순간에는 항상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고 있고, 앞으로의 나의 인생에서도 그럴 것이다. 대방동은 나에게 그런 깨달음을 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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