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기록/동물

청주 송절동, 백로 서식지를 가다 (2021.05.02)

꿈꾸는 사람 2021. 5. 7. 05:39

서울에서 평생 살다보니 세종에서 백로나 왜가리 같은 새들을 길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세종의 방축천과 제천에서 자주 마주치는 백로와 왜가리가 어떤 새인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인근 청주에 유명한 백로서식지가 있다고 해서 방문해보았다.

 

이곳은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산97-2번지 일원'으로 2001년 충북의 자연환경명소 100선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은 무심천이 미호천과 만나는 무심천 하류에 위치해 있어 먹이가 풍부하고, 솔나무 술이 울창하여 여름철새인 백로, 왜가리 등이 서식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2000년대에서 2010년대 초반 송절동의 백로 관련한 기사를 보면 자연사진이나 환경보호활동과 관련한 기사들이 눈에 띄며, 길조로서의 백로를 다루고 있다. 2010년에는 송절동에 백로 서식지임을 알리는 표지가 세워졌고, 시민단체들은 백로의 먹이 공급을 위해 무심천에 미꾸라지를 풀어놓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백로 서식지 송절동 인근이 산업단지로 개발되면서 백로에 대한 언론의 시각도 바뀌었다. 2010년대 후반부터 백로에 대한 기사는 악취, 소음, 민원 등의 키워드와 함께 등장하고 있고, 어느 기사는 유해동물로 지칭하고 있다. 2016년부터 송절동 서식지 바로 옆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학교가 들어서면서 백로는 더이상 공존의 대상이 아닌 추방해야 할 대상, 천덕꾸러기로 묘사되고 있다. 

 

백로 서식지에 가보니 길에 날개를 펼친 왜가리와 백로의 비행에 단 번에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인간에 대한 경계가 풀어진 백로들은 차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지나가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덕분에 백로가 집을 짓는 것,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것, 깃털을 정리하는 것 등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 편으로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관광하듯 산책하는 타인의 가벼운 마음과 달리 서식지 인근 주민들은 악취와 소음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니 주민들이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우려하는 것도 십분 이해가 갔다. 이미 개발되어 버린 송절동 주변 환경과 그곳에 들어온 사람들의 삶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공존의 해법이 있을까?

 

 

 

 

 

 

분명한 건, 충북의 자연환경명소로 지정될만큼 자랑스러웠던 백로의 서식에 대한 의미가 인간의 도시개발과 동시에 바뀌어버린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일로 기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