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떠한 렌즈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주변을 살피는 것이 달라진다. 내가 세상을 넓게 담을 수 있는 광각렌즈를 달고 있으면 한 번에 모든 걸 담을 수 있는 풍경을 쫓아 다니고, 매크로 렌즈를 달고 있으면 최대한 가깝고 자세하게 찍을 수 있는 작고 세밀한 것을 찾아 나선다. 내가 어떤 도구를 가졌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선과 나의 태도가 달라진다. 사진이라는 취미를 통해 깨닫게 된 것이다.
매크로 렌즈를 들고 나간 날 금강변을 산책하다 작은 꽃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을 할 때 이 길은 그저 내가 가야하는 거리의 한 지점에 불과했고 그곳에 핀 꽃들은 보이지 않았었다. 꽃을 담기 위해 길에 멈추어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꽃과, 초록색 잎과, 벌레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름답게 핀 꽃들을 놓치고 살았었구나. 내 인생에도 이런 것이 있었겠구나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놓친 것에 대해 후회하기보다는 앞으로 일상에 놓인 행복들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크게 하게 되었다. 나이 들어가는 것에도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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